글. 이호 산돌커뮤니케이션 선임디자이너

정리. 윤유성 기자 uturn@sandoll.co.kr
 
CJ 패키지 전용서체는 CJ에서 주관한 경쟁PT를 통해 3개 폰트개발 전문업체 중 산돌커뮤니케이션이 최종 선정되어 개발을 진행하게 된 프로젝트입니다. CJ패키지 전용서체는 주목성이 뛰어난 고딕형태에 여성스러운 세리프와 곡선의 미를 더한 맛깔체와 자연스러운 붓맛과 필획의 느낌이 돋보이는 손맛체 두 가지로 개발되었는데요. 맛깔체의 경우 날씬한 글자비례와 상단에 위치한 글줄이 가독성과 명시성을 돋보이도록 설계 되었고, 곡선의 형태에 필획의 느낌을 주어 자연스러움과 인간미를 동시에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전체적으로 현대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주고 있죠. 맛깔체의 키워드라고 한다면, 식감, 가독성, 여성스러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맛깔체와 어울리는 키워드를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키 워드가 정해진 뒤에 본격적인 시안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CJ가 먹거리 상품을 주로 개발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글씨에서 ‘식감’이 느껴지는 요소를 찾아 깔끔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 관건이었죠. 하지만, 다행히 ‘식감’의 요소를 생각보다 빨리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고민은 ‘가독성’ 문제였는데요. 기존에 CJ가 즐겨 사용하던 폰트와 차별화 되면서 실제 매장 진열대에 제품이 전시되었을 때 멀리서도 CJ제품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시각중심선을 상단에 위치시켰습니다. 그렇게 맛깔체의 명시성을 돋보이도록 한 것이죠. 마지막으로 여성스러운 부분이 부각된 CJ 디자인의 특성을 고려해, 필획의 느낌을 표현한 자연스러운 곡선 형태로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러운 붓맛과 필획의 느낌이 돋보이는 손맛체의 경우 가변의 글자비례와 자소의 형태를 중성적인 느낌으로 표현했습니다. 또한, 자음을 강조하여 명시성을 돋보이도록 한 것이 특징인데요.  굵기와 크기의 대소 비율을 자유롭게하여 자연스러움과 여성스러운 손맛이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손맛체는 캘리그라퍼 이상현 작가와 함께 개발했습니다. 시안 선택까지 상당한 시간이 지연되어 실제 서체를 개발하는데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디자이너와 이상현 작가와의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낭비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집중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죠. 하지만 CJ담당자의 마음에 쏙 드는 샘플을 찾기가 쉽진 않았습니다. 아래 보이는 이미지 중에 CJ담당자의 마음을 흔드는 샘플을 찾기가 힘들어, 결국 CJ제품 중 가장 CJ답다는 ‘가쓰오우동’의 느낌을 살려 손맛체를 만들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우동 식품류중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가쓰오우동’ 자음의 크기가 강조되었고, 상대적으로 모음과 받침의 크기를 작게 표현했습니다. 중성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는 이 BI는 ‘가쓰오’의 느낌과 ‘우동’의 느낌이 조금 다른 형태를 조합해 만들었는데요. 실제 캘리그라피 작가의 수 많은 시안 중 적절히 조합하여 만든 BI라고 합니다. 식품업계 최초의 BI전용서체인 손맛체는 희소성 있는 캘리그라피 서체로 붓감을 살린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특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제품에 적용할 때 차별화를 위한 방안으로 글립(Glyph) 기능을 추가한 것인데요. 특별히 엄선한 단어(2종 각 108자)를 다른 스타일로 개발해 1석 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CJ 패키지 전용서체가 갖는 의미는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CJ의 입장에서는 마케팅적으로 식품업계 최초로 패키지 전용서체를 개발함으로써 제품의 인지도와 가치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겠죠. 한편, 산돌의 입장에서는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식품업계, 그 중에서도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CJ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부여를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CJ패키지 전용서체의 입장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변형명조(맛깔체)와 캘리그라피(손맛체) 등 식품업계가 필요로 하는 서체군을 알 수 있었다는 점과 손맛체에 글립(Glyph) 기능을 적용해 1석 3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추가로 216자를 개발해 서체 사용에 있어 선택의 폭을 넓혀 '식감'이라는 컨셉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게 했다는 점입니다.


CJ 패키지 전용서체 개발에는 11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투입된 시간만큼이나 변형명조(맛깔체)를 개발할 때는 그 스타일은 유지한 채 몇 가지 다른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나, 패키지 뒷면에 표기되는 조리방법을 위한 전용서체 개발에 대한 의견도 오고 가는 등, CJ와 산돌 모두 욕심을 한껏 부리며 진행한 프로젝트였는데요. 2009년에는 또 다른 스타일의 서체를 제안해볼 생각입니다. 또한, 패키지 전용서체 개발을 진행하며 조사해본 결과, 식품업계에 어울리는 서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산돌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눈길만 끄는 서체보다는, 패키지 전용서체의 특징과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킨 관련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제품 패키지에 어떤 서체들이 사용되고 있는지 눈 여겨 관찰해보세요. 조만간 또 다른 패키지 전용서체로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료출처
http://www.fontclub.co.kr/Magazine/MagazineView.asp?boardtype=6&subtype=&boardnum=4531
이 모든 이미지와 글에 대한 저작권은 모두 폰트클럽에 있습니다.